EXHIBITIONS
김형대 개인전 <HALO : Divine Radiance>
김형대는 1961년 앵포르멜 계열의 작품으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국가 재건 회의 의장상을 차지했으며 추상미술로 국전에서 수상한 최초의 작가다.
김형대는 자신이 성장하며 눈에 익은 한국 전통미의 가시적인 재현보다는 또 다른 단층을 현대적 맥락의 추상 화법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작가로, 캔버스 위 전면 구성을 통해 작가 특유의 시공간으로 구성하고 있다. 평생 추상회화로 일관한 그의 화업은 1960년대 앵포르멜 추상을 격정적인 도전으로, 고유의 전통과 정신성을 강조한 1970년대 단색조 회화를 한국적 모더니즘의 실현으로 설명하는 한국 현대미술사와 궤를 함께하면서도 색을 탐구함으로써 독자적인 영역을 이루었다.
현대라는 복잡한 구조 때문에, 우리는 사물이나 사건을 볼 때 항상 단순화하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규정해 버리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 내면을 보면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내부적으로 연결된 수많은 이야기들과 복잡한 구조가 그냥 단순하게 규정되어 보이는 것뿐입니다. 제 그림도 단순하게 보이지만 그것이 완성되기까지는 수많은 과정을 밟습니다. 단순하게 물감을 섞어 하나의 색을 만들어내는 것 정도가 아니라 반복되는 덧칠을 통해 각각 만들어진 물감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기보다 현대인들의 정서와 힐링(Healing)을 염두에 두고 그림을 그리는데, 산업미술을 하시는 분들이 이 색채를 차용해 쓰다 보니까 그렇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원하는 색은 한 가지의 색도 아니요, 직사광선처럼 쪼이는 빛도 아닙니다. 오직 한지를 통해 내비치는 은은한 빛을 구현하려고 만 번 생각하고 만 번 그린다는 심정으로 작업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내 육체가 없어질 텐데, 그렇다 하더라도 내 작품은 블랙박스처럼 계속 남아 소리칠 것을 생각하면 내 작품들은 목숨보다도 더 소중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작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90년대 들어서면서 김형대의 ‘후광’ 시리즈는 크게 그 양상을 달리한다. 어쩌면 그 변화는 50대 중반을 맞이한 성숙기의 한 화가로서 또 하나의 변신 시도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 변신이 과거의 청산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의 작업에 있어 ‘심상’에서 ‘후광’ 에로 이어지는 과정이 세계(또는 자연)에 대한 그의 내적 비전의 투영으로 일관되어 왔듯이 90년대에 와서도 여전히 ‘빛’에 대한 한결같은 갈구가 그의 회화적 발상의 원천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최근작에 와서는 보다 내재적이고 동시에 보다 투명한 광휘를 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후광’은 스스로를 투명화시키며 화면 전체로 확산해 간다. 화면 전체에 물결 지고 흐르듯 번지는 우명한 빛. 그 빛은 때로는 환하면서도 섬세한 발색의 색 면으로 나타나고 때로는 베일에 감싸인 듯 은밀한 내재율을 지니고 있으며, 또 때로는 응어리진 마티에르 속에 통합되어 화면 밑으로 가라앉는다. 또한 그 빛은 투명성과 아울러 때로 어떤 빛은 바탕에서 배어 나오는 것 같은 반투명의 그늘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고 또는 투명한 빛이 명암으로 명멸하는 잔잔한 잔광의 진동으로 여울지는 것이다.
한편, 최근작에서 김형대는 색 면에 의한 화면 분할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 색 면 분할은 구성적 차원의 것은 아니다. 설사 화면이 색 면에 의해 구획되고 있다고는 하되, 그 색 면 모두가 상이한 색조의 중첩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중첩이 색면 전체를 동질화시키고 균질적인 텍스츄어로 통합되고 있다는 말이며, 그리하여 김형대의 회화는 빛에 의한 ‘전면 구성적’ 공간을 획득하기에 이른다.
- ‘심상에서 후광에로의 여정’ 中 발췌
이일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