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김지훈 개인전 《 녹화중 Rusting 》

이번 전시의 제목은 〈녹화중 [rusting]〉 입니다.

‘녹슬다’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금속이 산화되어 겉모습이 변하는 물리적인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낡거나 무뎌지는 비유적인 의미입니다. 이번 작업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이번 연작은 3년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시리즈입니다. 그동안 저는 ‘선’을 통해 인간관계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왔습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선을 넘어 원, 삼각뿔 등 다양한 도상을 등장시켜, 그동안 천착해온 인간관계의 서사에 시간성을 더하고자 했습니다. 매일 떠오르고 지는 해와 달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이러한 반복되는 자연의 리듬을 작업에 담고 싶었습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원형 도상과 이를 둘러싼 프레임 구조는 인간관계의 구조와 감정을 상징하는 시각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이전에는 선과 선이 겹치는 방식으로 관계의 복잡성을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인 형상들을 활용하여 서사를 한층 더 풍부하게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 가장 큰 변화는, 기존 연작에서 핵심적인 상징으로 사용되던 ‘드리핑 선’을 과감히 생략하고, 대신 화면의 ‘면’과 그 질감 자체에 집중했다는 점입니다. 산화되어가는 표면은 시간의 흐름과 관계의 변화, 그리고 퇴색을 상징합니다. 이는 마치 해가 매일 뜨고 지는 것처럼, 조용하지만 피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예전 작업에서는 인간관계를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면, 이번 연작에서는 관계의 내부로 더 깊이 들어가, 변화와 감정의 결을 보다 주체적인 시선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선으로 시작된 저의 탐구는 이제 시간과 감정의 흔적이 축적된 도상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작을 통해 관계의 흐름과 정서적인 깊이를 보다 섬세하게 조명하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