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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oung Geun CV Download
박영근은 오랫동안 붓 대신 고속 전동공구를 사용해 작업해 왔다. 캔버스 위의 물감을
전동 그라인더나 샌더로 갈아 나갔고, 결과적으로 화면은 헝클어진 실타래 같은 곡선더미로 가득하다. 하나하나의 선은 기계의 규칙성을 담고 있지만
그것이 엉겨 붙어 이뤄낸 전체 화면은 지독히 혼돈스럽고, 그 혼돈 속에 이미지가 뭉개지고 부풀어 오른 체 모습을 드러낸다. 일견 이 기계적인 곡선이
박영근의 화면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도 그것을 즐기는 듯 때로는 반복적인 곡선을 이용해 유려한 이미지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독창적인
제작기법과 때로는 병적일 만큼 아름다운 곡선들을 헤집고 그가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중심과제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 박영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는 초기 작업에는 기계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화면 효과에 매료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은 일상적 이미지를 이용한 개념의 창출에 열중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는 이미지의 기술적 재현에 앞서 낯선 눈에 의한 사물에 대한 새로운 관찰, 그리고 그것들의 초현실적 재조합을 수행하려 한다. 결국 그는 이미지의 계보에 대한 해체와 재정립을 새로운 당면 목표로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양정무 평론가의 이미지의 계보학 중 발췌